1. '도련님'의 줄거리
'도련님'은 일본의 유명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입니다. 소세키의 여러 소설 중 '도련님'을 처음 접해봅니다. '도련님'이란 단어는 받들어모셔야 할 귀한 사람이지만, 소극적이고 자립심은 약간 부족한 사람이란 느낌을 줍니다. 책 제목을 보고 내가 상상한 그런 도련님의 등장을 생각했는데, 소세키의 도련님은 너무 다른 느낌입니다. 기존의 도련님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유롭고 거침없으며, 주관이 뚜렷해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뚝심 있게 해내는 성격입니다.
도련님은 고귀한 명칭과는 다르게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랍니다. 동네에서도 도련님을 악동이나 난폭자라 부르며 말썽쟁이로 취급합니다. 그런 도련님을 아껴주는 사람은 하녀인 '기요' 한 사람뿐입니다. 기요는 도련님이 부모님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베풀어줍니다. 아마도 기요는 도련님의 든든한 마음의 안식처쯤 되는 것 같습니다.
도련님은 우연한 기회에 학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잘 적응해서 훌륭한 교사가 되면 좋겠지만, 도련님의 삶은 그렇게 순탄하게 유유히 흘러가지 않습니다. 여러 일을 겪게 되는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학교를 그만둡니다. 기요에게 돌아온 도련님, 비록 그렇게 돌아오긴 했지만, 도련님의 앞날이 크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잘 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2. '도련님'의 뚝심
저는 도련님을 보고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흔치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은 여러 모습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때에 따라 적당히 맞춰가고, 상황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련님은 오직 일직선입니다. 호불호가 명확하고 '모'아니면 '도'인 사람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타협하기보다는 굳은 신념에 따라 움직입니다.
도련님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헤쳐나갑니다. 비겁한 것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 몰래 덕을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요가 도련님만 챙겨줄 때조차 도련님은 자신만 좋은 것을 받는 것 같아 싫다고 하는 사람입니다. 정직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합니다. 책임도 지지 못하고 야비한 행동을 할 것이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도련님의 행동을 보면 유연성도 융통성도 없어 보입니다. 일부러는 아니겠지만, 피곤해 보이는 길로만 가려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막가파,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옆에서 뭐라 해도 자신이 생각한 대로 우직하게 움직입니다. 조금만 더 유연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걸, 왜 멀리 돌아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집도 세고, 독불장군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간혹 유머러스한 모습도 보입니다. 하이칼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싸움할 때 쓰려고 욕을 준비했다는 부분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3. '도련님'과 지금의 우리들
도련님을 보며 지금의 내 모습과 비교하게 됩니다. 도련님처럼 정의롭지도 않고, 그다지 정직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당장 눈앞의 편안함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져서 아닌 걸 알면서도 타협을 하고,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양자택일의 순간에서는 이것저것 따지느라 책임보다는 효율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모습들이 비단 나 혼자만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현대의 사람들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람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이 이렇게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간혹 도련님 같은 인물이 있겠지만, 요즘 세상에서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사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도련님의 곧은 심성이 뚝심 있어 보여 좋지만, 사람이나 현상을 볼 때 일부가 아닌 좀 더 깊이 보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바른 삶은 어떤 것인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도련님'은 정말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더운 날에 통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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